故 조세형 새천년민주당 총재권한대행님을 그리는 천정배 의원 조사
한순간도 청춘 아닌 적이 없던 조 대행님, 그 청년의 심장과 명징한 사고를 부려놓고 어디 먼 길을 가시렵니까. 늙어간다는 것이 자기 경험과 판단에 따라 고지식해지는 일이라면 당신은 한순간도 노인일 수 없었습니다. 당신은 귀가 맑아 누구의 어떤 말도 다 잘 들어 주셨습니다.
대중의 말벗이었던 조 대행님, 소통 없는 신념이란 한낱 욕망의 허울이란 걸, 이에 입각한 정치는 민주주의가 아닌 폭거라는 걸 당신은 몸으로 가르치셨지요. 대화와 소통이 막혀 피폐해진 민심의 참담한 질곡을 헤쳐 넘는 중이기에 당신을 더 절실하게 갈구합니다. 김제에 이름난 기독교 집안이었던 당신 조부께서는 집안 머슴이 먼저 장로로 뽑히는 일을 기꺼이 지원하고 동의하셨습니다. 위아래 없는 민주적 가치가 바로 당신의 유전자였던 것입니다. 그런 당신께서 민초의 고통을 남겨두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어야 했던 심정을 생각하니 더욱 가슴이 저미고 슬픔이 북받칩니다.
조 대행님, 당신은 국민의 정부 첫 여당 총재권한대행으로서 아이엠에프(IMF) 국난에 처한 대한민국의 새로운 천년의 배를 이끄셨습니다. 민주개혁세력의 첫 번째 집권여당은 빈털터리 나라곳간에서 인심을 구해야 했던 참혹한 처지였습니다. 그 어려운 때에 저를 비서실장으로 불러서 말벗을 삼으셨습니다. 세대를 뛰어넘는 무수한 대화들이 아직도 제 귓전과 가슴에서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저는 영원히 당신의 비서실장이고 당신은 영원히 저에게 대행님이십니다.
조 대행님, <워싱턴 특파원>이란 베스트셀러를 써낸 영원한 언론인이었던 당신에게 대화와 소통은 습관이자 근육이었습니다.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지닌 당신은 디제이피(DJP)연합을 제안해 정권교체의 초석을 마련하셨습니다. ‘국난의 주범’ 한나라당에게 책임을 추궁하기보다 생산적 복지를 설득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 민생의 숙원을 해결하신 진정한 국민의 심부름꾼이었습니다. 쇄신특대위를 이끌며 국민참여 경선제를 성사시켜 노무현정권을 탄생시킨 장본인이십니다. 당신은 민주개혁세력을 위기에서 건져낸 역사적 절창이셨습니다. 국민 참여를 더 늘려야 한다고 보채던 저를 아버지처럼 끌어안아 주시던 당신이 오늘 어찌 더 그립지 않겠습니까?
조 대행님, 당신은 역사적으로는 한 번도 대행인 적이 없습니다. 당신이 삶과 역사의 주인이었음을, 대화와 소통의 스승이었음을 저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유산을 받들어 대한민국을 대화와 소통이 있는 민주사회로 반드시 돌려놓겠습니다.
조 대행님, 나의 아버지, 무거운 짐 내려놓으시고 먼 길 평안히 가십시오.
국회의원·민주당 천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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